시와 감상

라면땅 인생 [김주대]

JOOFEM 2012. 11. 30. 12:59

 

                                                                       * 롯데공업주식회사에서 만든 라면땅. 공업용인가?

 

 

 

 

 

 

라면땅 인생 [김주대]

 

 

 

 

 

  상국이는 라면땅을 사서 동무들에게 딱 한 올씩만 입에

손수 넣어주었다. 무료급식소의 노숙자들처럼 우린 길게

줄을 선 채 짧디짧은 라면땅 한 올에 목숨을 걸었다. 제비

새끼처럼 더 크게 입 벌린 아이가 두 올을 받아먹은 적도

있었지만 입이 작은 나는 늘 한 올이었다. 내는 엄마한테

사달라칼 끼다,며 줄에서 이탈하려는 아이 중에 세 올이 붙

은 덩어리를 얻어먹은 아이도 있었다. 눈치 빠른 내가 내도

엄마한테 사달라칼 끼다,고 똑같이 중얼거렸을 때 상국이

는 그래애? 그럼 니는 엄마한테 사달라캐라,며 나를 줄에서

빼버렸다. 홀로 뜨거운 여름해를 지고 엄마도 없는 집으로

돌아온 그때부터 거울을 보며 입 벌리기를 열심히 연습했

던 나. 기나긴 라면땅을 만나 라면땅으로 옷을 만들고 자동

차를 만들고 무지개를 만들어 흥건하게 오줌 싸도록 배불

리 놀았는데 깨어보니 꿈이었다. 인생이 무상했다. 줄도 서

지 않던 희숙이가 왜 상국이의 뭉쳐진 라면땅 덩어리와 별

사탕을 먹을 수 있었는지 고민하며 세월은 흘렀고 입 큰 어

른이 된 뒤에도 거울 앞에만 서면 인생을 아, 아, 벌려보곤

하였다. 아,

 

 

 

 

 

 

 

* 엄마라는 백그라운드가 없으니 줄을 서서 얻어먹는 게 맞지만

인간은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됐어! 하지만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으므로 누구는 라면땅을 더 주고 누구는 그래, 됐어! 줄에서 빼버린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먹고싶은 욕구가 솟구치지만

이해가 안되는 것은 끝내 이해를 할 수 없으므로 꿈으로나마 그 욕구를 푼다.

공짜는 없는 세상인데 아직도 입 아, 벌리고 있는 모습이 인간의 모습이다.

그것이 인간의 참모습일까. 그것이 인간의 참 삶의 길인가.

 

(희숙이가 상국이한테 별사탕을 얻어먹은 건 고민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요즘도 라면땅이 있나. 먹고 싶어지네. 추억의 뽀빠이라면땅, 자야!)

 

 

 

* 시집을 보내주신 김주대시인께 감사드리고 그 뒤에서 등 쿡 찌른 홍정순시인께도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