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의 나무들, 곧다. 아무도 찍지 말길......
바람편지 [천양희]
잠시 눈을 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대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마라
그 바람에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앞에서 떤다, 떨린다
*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넘어간 나무는 살아있는 나무가 아닌 그냥 물질이 된다.
책상이 되거나 창틀이 되거나 불쏘시개로 쓰이거나 해서
인간에게 쓰임받는 물질이 되는 것이다.
나무가 책상이 되고 싶을 리 없는데 간절한 바람에 의해
곧은 나무가 바람앞에 걸려 넘어진 게다.
간절함은 서로가 다르다.
다른 바람이 헐렁한 바람구두에 들어와 넘어뜨린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보자.
지금도 수많은 바람들이 헐렁함을 찾아 다닌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활개를 친다.
인간이 고통을 받고 사는 것은 저 보이지 않는 바람 때문이다.
오오, 내 구두가 딱 맞게 발이여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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