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금란초님과 꽃향유(꽃지)님의 시

JOOFEM 2013. 9. 13. 23:41

빨간펜이 내게로 왔다 [금란초]

 

 

 

 

고릴리가 아니라 고릴라로 수정하시죠 라는 문자메세지

수많은 오타가 내 안에 있다

며칠을 인터넷을 떠돌다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빨간펜이라 불리는 시 읽는 남자의 문자

가끔은 내가 모르는 비밀을 그는 안다

얼굴이 저녁놀처럼 붉어진다

 

깜깜한 밤 모니터만 켜고 시를 옮기는 자판 소리

타닥타닥

늘 이와 에를 틀리면서 무심하게 시를 타이핑하는 여자

빨간펜의 문자

지금 당장 고치세요, 오타로 인해 시를 모독하지 마세요

네, 네, 모독이 아니고 오독이죠

시 옮기는 여자는 그렇게 대답하며 아침밥을 짓는 대신 시를 수정한다

오독오독 오타를 하루종일 생각한다

 

빨간펜이 다시 왔다

인터넷에 필사되어 있는 시를 봤어요

커피 속으로 사라지고 없군요, 오타들이...

빨간펜이 할 일이 없어졌다는 웃음어린 메세지

 

 

 

 

 

 

대추꽃 [꽃향유]

 

 

 

 

장맛비 어지러이 날려

잇사이 끼인 꽃

계절의 잇사이꽃 떨어지네

오래 양치한 슬픔이

대롱대롱, 또도독 떨어지네

 

빗물이 바닥을 꼬물거릴 때

가지, 감자, 쑥갓꽃 피는 줄 알았으나

까마중, 아욱, 대추꽃은 처음 보았네

오래 양치하고 난 후에 보이는 꽃들

 

땅과 하늘 사이

가지와 가지 사이

잎과 잎 사이

그대와 나 사이에,

미처 눈치채지 못한 작은 새

젖은 깃을 부수수 터는 여름날이

어지러이 흩날려

 

해석 불가능한

사연이 스멀거리는 편지

발 아래 뽀얗게 쌓일 때에야

어룽어룽 눈에 고이네

오래 양치한 대추꽃

슬픔도 가리워진 꽃 지네

또, 피네

 

 

 

 

* 금란초님이 보내준 시집이다. 뿌리공원은 금란초님의 아버님께서 내신 시집이다.

바람패밀리는 동인지이다. 닉네임 맨 앞에 금란초님과 꽃향유(꽃지)님이 활자화 되어 있다. 오, 반가운 닉!

 

* 책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지킨 금란초님.

빨간펜선생 노릇을 하고 덕분에 금란초님의 시에 "시 읽는 남자"로 등장했다.ㅎ가문의 영광이다.^^*

 

 

** 등단 할지도 모르므로 실명은 올리지 않았으나 시가 유통되는 것을 방지할 생각이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바로 내리겠습니다. 퍼가지 못하도록 스크랩은 금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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