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도마뱀 찾기
창틀의 도마뱀 꼬리 [장철문]
개미들이 도마뱀 꼬리를 먹고 있다
급한 김에
꼬리는 두고 갔는데
그것이 개미들의 식량이 되고 있는 줄
도마뱀은 알고 있을까
개미들은 알고 있을까,
그것이 벗겨진 신발이 아니라
누군가의 몸이었다는 것을.
도마뱀 꼬리에서
걸레 썩는 냄새가 난다
견딜 수 없는 빵 냄새를 향하여
개미들은 떼지어 몰려온다
햇볕 쨍한 창틀
무심코 창을 닫은 손길이
검푸르게 식어서 뜯겨나가는
몸뚱이 잃은 꼬리를 만들었다
아니, 빵을.
* 경제의 원리는 그렇다.
회사, 즉 법인이 돈을 많이 벌어들여야 법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먹고 산다.
이 때에는 사와 노가 공존해야 더 많은 빵을 나눌 수 있다.
법인은 도마뱀처럼 교활하지만 생명을 가진 것이어서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을 친다.
도마뱀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든 말든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창틀이 닫혀버리기도 한다.
생명이 멈추면 노는 더이상 존재할 수 없다.
노도 교활하긴 마찬가지여서 뜯어먹을 빵을 향해 끊임없이 떼지어 떼를 쓰는데
걸레 썩는 냄새조차 견딜 수 없는 빵냄새로 오인한다.
경제의 원리는 또 그렇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약한 생명력을 담보로 이익을 위해 흡인한다.
작은 빵쪼가리나 던져주면서 서로 살기를 희망한다.
중소기업은 필사적으로 대기업의 몸뚱이에서 떨어지는 살가루를 핥는다.
두 집단이 다 필요로 하는 것은 각자의 빵이다.
크기가 다를 뿐이지 빵은 틀림없다.
빵으로 사는 세상이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는 십만명의 대졸자가 모이고
이름없는 중소기업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교활하긴 대학생도 마찬가지인 게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도마뱀 꼬리조차 생명을 잃은 게 아니라 개미들에게는 생명의 양식인 까닭이다.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을 다들 깨달은 게다.
그게 경제의 원리임을 알고 있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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