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기억형상합금 [공광규]

JOOFEM 2014. 3. 24. 20:21

 

 

 

 

 

기억형상합금 [공광규]

 

 

 

 

겨우내 참새들이 와서 놀던 쥐똥나무 울타리

가는 나뭇가지에 새잎이 참새 발가락만큼 돋았다

참새는 가는 발가락으로 나뭇가지를 붙잡을 것이고

발가락이 붙잡고 있던 가는 나뭇가지에는

체온이 가는 참새 발가락만큼 묻어 있었을 것이다

나뭇가지들은 참새 발가락 체온을 기억했다가

쥐똥나무 어린잎을 체온만큼 내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 공학용어로는 형상기억합금인데 시인은 기억형상합금이라 한다.

공학과 문학은 다른 것이니 차별화를 한 것일까

아니면 김왕노시인과는 다른 제목의 시로 지은 것일까.

어쨌거나 금속을 체온에 따라 형상을 기억하게 한 것은 공학적인 것이고

새는 나뭇가지와 체온으로 교감하며

사랑을 주고받거나 의미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새발의 피가 얼마나 따뜻할까마는 그 작은 사랑도 때에 따라

따뜻함이 왕창 묻어날 게다.

 

한 남자가 아내의 브래지어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

브래지어를 달라고 점원에게 청하니 사이즈를 묻는다.

에이컵, 비컵, 씨컵, 디컵

당췌 알 수 없는 그 사이즈를 생각하다가

손바닥을 오므려 '요만한 사이즈요.'한다.

아마 손바닥은 아내 가슴의 형상을 잘 기억하고 있나보다.

그 오므린 손바닥에는 아내의 체온도 입력되어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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