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을 위한 찬가 [고영]
21세기 하나님은 힘찬 손뼉소리와 함께 오시는가 보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바닥들이 모여 앉아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
두 손 가득 담아온 염원들을 부려놓으며
손바닥이 손바닥을 만나
차디찬 방석이 들썩거리도록
한낮이 한낮이도록 뜨겁게 달군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손뼉 한번 치고 눈물 한번 찍고
손뼉 한번 치고 찬송가 한 구절 부르고
손뼉 한번 치고 절 한번 하고
한낮이 한밤이 되도록 손뼉을 친다
저 힘찬 손바닥의 함성이라면
아마 하나님도 내려오지 않곤 못 배길 것 같다
지금 하나님이 해야 할 일은
손뼉의 탄식을 온전히 들어주는 일,
긍휼矜恤의 눈물로
탄식을 탄성으로 만들어주는 일,
당신이 내려 보낸 새보다 먼저
저 손바닥 속에 들어가
따뜻한 둥지를 틀어준다면
하릴없이 허공만 쳐대던 내 손바닥도
은혜에 눈을 뜰 텐데
그러면 안 될까요? 하나님!
* 가장 낮은 곳에 사는 백성들을 위하여 하나님은 오신다고 믿는다.
믿음은 예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드리는 것이다.
머리 숙여 묵상하고 손뼉치며 몸찬양하고
입술 열어 찬송하며 예배를 드린다.
정말 뭐 하나 제대로 드릴 것 없는, 가난한 자들이 드릴 것이라곤
손뼉 치고 찬송하고 기도하며 말씀 듣는 일 말고는 없나 보다.
하나님이 뜨거움으로 오신다면 아마도 손바닥으로 가장 먼저 오실 게다.
손바닥이 뜨거운 자여, 당신이 가장 존귀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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