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 5층석탑 [문형렬]
다음
세상에는
너로 태어날거야
너로
살고
살아서
너앞에 선
나를
단박에 알아볼 거야
괴로움의
두 층은 허물고
-삼층석탑으로 서서
이 슬픔
알게
할 거야
* 정림사지 5층석탑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천흥사지 5층석탑은 안다.
천흥저수지 뚝방 밑에 석탑이 있다.
오늘 금계국이 피었겠다, 싶어 가보았더니
역시나 저수지쪽으로 금계국이 많이 피어 있었다.
석탑을 돌며 소원을 빌거나 괴로움을 토로하는 이에게는
두 층의 괴로움조차 견디기 어려운 일일 게다.
삼층도 슬픈데 오층까지 어찌 견디겠나.
오랜 세월을 오층석탑으로 견디어 왔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 듯 한데 꿋꿋이 서있는 게 신기하다.
살고 살아서 느끼는 이 고통, 이 슬픔
꿋꿋이 인내하라는, 돌의 말씀이 돌직구처럼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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