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바람편지 [천양희]

JOOFEM 2014. 6. 21. 13:58

 

                                                           * 주페가 바람 맞는 곳이다. 트랙을 걷거나 뛰면서 힐링을 한다.

 

 

 

 

 

 

 

바람편지 [천양희]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대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 앞에서 떤다, 떨린다

 

 

 

 

 

 

 

 

* 일고여덟시쯤 퇴근을 하면 천안종합운동장에 가서 바람을 맞는다.

대개 한시간 정도 걷거나 뜀박질을 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적당히 땀을 닦아준다.

걸을 때 카카오뮤직에서 노래 제일 많이 저장한 사람것을 골라 한시간을 듣는다.

걷는다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

바람을 맞는다는 것

나무들이 고개 삐쭉 내밀고 바람에 떠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한시간동안의 힐링이다.

걷거나 뛰는 이들은 모두 반시계방향으로 돈다.

아마도 바람편지를 제대로 읽으려는 의도이겠다,싶다.

저마다 다른 내용의 편지를 읽으며 바람 맞은 바람이 된다.

 

모두가 걸려넘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