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페가 만들어준 명찰들.....지금은 색깔이 바뀐 분들도 많을텐데......
사랑 [박소유]
마흔에 혼자 된 친구는 목동에 산다
전화할 때마다 교회 간다고 해서
연애나 하지, 낄낄거리며 농담을 주고받다가
목소리에 묻어나는 생기를 느끼며
아, 사랑하고 있구나 짐작만 했다
전어를 떼로 먹어도 우리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고
단풍잎 아무리 떨어져도 얼굴 붉어지지 않는데
그 먼 곳에 있는 너를 어떻게 알고 찾아 갔으니
사랑은 참, 눈도 밝다
* 오학년 중반에 사학년들 푸념같은 얘기를 들으면
야, 그 나이면 날아다니는 거지,라고 야단을 치게 된다.
전어를 떼로 먹지 않아도 은빛 반짝임이 눈부실 나이인데......
신체의 나이로는 마흔을 정점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하니 그럴 만도 하지만
사학년들은 가장 중후하고 가장 세련되고 가장 여유도 있는 나이이다.
아, 오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은 대개 오학년들이 하는 말이다.
시인은 이제 오학년 중반일텐데 아마도 십수년 전에 쓴 시인가보다.
이천팔년 오월 이십팔일, 인사동에서 정모를 했을 때 얘기다.
그땐 시사랑 카페지기를 잠깐 하던 시절이다.
참석한 회원들의 명찰을 일일이 수기로 적어서 목에 걸어주었는데
이학년은 파란색, 삼학년은 초록색, 사학년은 보라색, 오학년은 까만색 네임펜으로 이름을 적었다.
네임펜 색중에는 빨간색과 주황색도 있었지만 그걸 쓰면 엄마가 죽는다는 속설(?)이 있어서......
오학년들에게 까만 이름을 적어주었는데
누님들의 야단법석, 왜 우리만 까만색이냐, 지들은 예쁜색이고,라고 항변했다.ㅎㅎ
어느덧 주페가 오학년이 되고보니 그때 누님들의 심정이 이해된다.
아, 오년만 젊었어도 보라색 이름을 쓸 수 있는데.....하는 심정을.
이때만 해도 사학년이었다.ㅎㅎ보라색 JOO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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