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신미균]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가득 안은 플래카드가
그 바람을 감당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갈기갈기 찢겨져
날아가버릴 것 같은데
어떤 사람이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커다란 구멍을 뻥, 뻥,
뚫어주었습니다
보낼 건 보내고
버릴 건 버리고
감당하지 못할 바엔
가슴에 구멍 몇 개 뚫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 구멍이 뚫리지 않은 플래카드는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불 때
찢어지거나 완전 분리되어 땅바닥에 떨어진다.
일종의 모난 돌, 정 맞는 것과 같다.
삶도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고 때로는 버리고 보내고 잊어야 하는 것.
구멍을 뚫어야 살 수 있을 게다.
이 시는 신미균시인의 시집 '웃기는 짬뽕' 맨 마지막 작품이다.
신미균시인의 시는 마치 플래카드에 구멍 두 개를 뚫어놓은 듯
시를 읽는 시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유쾌 통쾌 상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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