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무화과 숲 [황인찬]

JOOFEM 2015. 2. 12. 19:27

 

 

 

 

 

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꽃을 피우지 않았는데 열매가 맺히는 무화과.

실은 아무도 모르라고 속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게 한 게다.

꿈이든 생각이든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겠지만 열매는 없다.

열매를 맺게 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행위의 결과일 테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음 속으로 경로를 이탈했을 때

생각이 자유한 것이므로 그럴 수 있다지만

행동으로 표출된다면 누군가에게 혼날 수 있다.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옛날일도 밖으로 표출될 때에는

누군가에게 혼날 수 있다.

누구나 '아무도 모르라고' 마음 속에 간직한, 혼날 옛날이 있을 게다.

꿈일지라도 '아무도 모르라고' 간직하며 살아야 하지만

혼낼 분이 그래도 한 분은 계시다.

그 분은 다 알고 계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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