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꽃을 피우지 않았는데 열매가 맺히는 무화과.
실은 아무도 모르라고 속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게 한 게다.
꿈이든 생각이든 마음 속으로 사랑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겠지만 열매는 없다.
열매를 맺게 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행위의 결과일 테다.
평범한 일상에서 마음 속으로 경로를 이탈했을 때
생각이 자유한 것이므로 그럴 수 있다지만
행동으로 표출된다면 누군가에게 혼날 수 있다.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옛날일도 밖으로 표출될 때에는
누군가에게 혼날 수 있다.
누구나 '아무도 모르라고' 마음 속에 간직한, 혼날 옛날이 있을 게다.
꿈일지라도 '아무도 모르라고' 간직하며 살아야 하지만
혼낼 분이 그래도 한 분은 계시다.
그 분은 다 알고 계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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