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 혼자 먹는 밥. (방송인이 혼밥하는 장면, 인터넷에서 퍼옴)
백반 [김소연]
그 애는
우리, 라는 말을 저 멀리 밀쳐놓았다
죽지 못해 사는 그 애의 하루하루가
죽음을 능가하고 있었다
풍경이 되어가는 폭력들 속에서
그 애는 운 좋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미워할 것인가에 골몰해 있었다
그 애는 미워할 힘이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번번이
질 나쁜 이방인이 되어 함께 밥을 먹었다
그 애는 계란말이를 입안에 가득 넣었다
내가 좋아하는 부추김치는 손도 대지 않았다
어떤 울먹임이 이젠 전생을 능가해버려요
당신 기침이 당신 몸을 능가하는 것처럼요
그랬니.....
그랬구나.....
우리는 무뚝뚝하게 흰밥을 떠
미역국에다 퐁당퐁당 떨어뜨렸다
그 애는
두 발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 했다
잘못 살아온 날들과 더 잘못 살게 될 날들 사이에서
잠시 죽어 있을 때마다
그 애의 숟가락에 생선 살을 올려주며 말했다
우리, 라는 말을 가장 나중에 쓰는
마지막 사람이 되렴
내가 조금씩 그 애를 이해할수록
그 애는 조금씩 망가진다고 했다
기도가 상해버린다고
* 식구들이 모여야만 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혼자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족은 흩어지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사는 이가 많아졌다.
밥은 아는 사람과 먹는 것인데 아는 사람조차 우리,라고 부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젊은이일수록 소외되고 격리된 삶을 산다.
'isolation'
요즘 IS가 세상을 뒤엎으려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든다고 하니 그들은 소외되고 격리된 삶에 지쳐
탈출구로서 선택한 IS가 아닐까 생각된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론 이해가 불가하지만 그런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가담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가족의 해체가 정지되어야 하고
밥상에 둘러앉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isolation'이 사라지고
IS도 사라질 게다.
(요즘 사먹는 백반에는 꼭 덴뿌라가 있던데 덴뿌라부터 사라져야 한다는 주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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