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조팝나무 위의 참새 [손택수]

JOOFEM 2015. 5. 5. 23:35

 

                                                                      만만한 조팝나무가 좋았는데......이놈은 굽히질 않아!

 

 

 

 

 

 

조팝나무 위의 참새 [손택수]

 

 

 

 

 

참새들이 조팝나무

가지에 앉았다

 

조팝나무는 버틸 만도 한데

허리를 수그린다

 

기왕에 이리 되었으니

땅내나 맡아보자고

수그린 허리를 아예 휘청,

한다

 

참새들은 조팝나무에 앉기를 좋아한다

꾸욱 뭔가를 누를 수 있다는 느낌이 뿌듯하다

제 무게에 휠 줄 아는 나무가 딴은 고맙기도 하다

 

조팝나무에 있으면 참새도

무게라는 걸 갖게 된다

 

 

 

 

 

 

* 살면서 장(長)을 한번도 못해본 사람은 없을 게다.

반장, 회장, 팀장, 동기회장, 이장, 분대장 혹은 소대장, 팀장,,,,,,, 하다못해 분임조장까지

장이라는 무게를 한번쯤은 가졌을 테다.

무게를 가지고 꾸욱 누를 때의 기분은 그래서 누구나 다 안다.

그러니 자기가 나서지 않고 무게를 감당해야 할 때

감당 못해서가 아니라 수그려준다는 거다.

하지만 長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상하간에 틈새가 생기게 된다.

조팝나무에 앉기를 좋아하려면 틈새까지도 생기지 않게 알아차리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참새가 되어보고 때로는 조팝나무가 되어보는 역할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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