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달의 옆모습 [장정욱]

JOOFEM 2015. 5. 10. 23:21

 

 

 

 

 

 

 

달의 옆모습 [장정욱]

 

 

 

 

 

달빛이 서서히 눈을 뜨는 어둠 앞

내일이 없는 서로의 하루를 어떤 방식으로 보내줄까

 

밤의 표정은 풀린 단추처럼 헐겁다

너의 옆모습이 어두웠다 잠깐 환해진다

 

각자의 습관으로 말하는 우리들

뚝뚝 부러지는 성냥개비 같은 언어가 켜졌다가는 금세 꺼져버리는

 

버들의 발목이 천변 물결에 들어있다

발목이 담긴 쪽은 푸르게

다른 한쪽은 검게 흐른다

 

너의 환한 얼굴 건너편이 궁금하다

나와 달의 거리만큼 먼 저쪽의 시선

 

반쪽의 빛으로는 물결의 표정을 읽어낼 수 없다

앞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달빛 때문에

 

아무 것도 듣지 못한 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귀

우리는 그림자만 안고 각자의 밤으로 돌아갔다

                                     

                                          -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 당선작

 

 

 

 

 

 

* 사는 중에 어려운 일중의 하나는 의사소통이다.

글로서는 상대의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행간의 단어로 마음을 알아내야 한다.

전화로는 음성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는 모든 걸 다 알아낼 수 없다.

대면했을 때에는 얼굴을 마주 보고 있으니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보조수단으로 제스추어로서 속마음을 드러내니 훨씬 더 마음을 잘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 옆모습만이라면 그 포커페이스를 알아낼 수 없을 게다.

얼골만으로 정신과 과거의 습관과 속마음을 다 꿰뚫어 볼 수 있는데

살짝 옆으로만 돌려도 가면을 쓴 듯 도무지 알 수 없을 게다.

소통이 안되고 각자의 마음이라면 힘들고 어려운 건 당연하다.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세상일수록 소통이 안되는 세상인 것 같다.

요즘이 고집불통의 시대인 것 같아 씁쓸한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소통하는 시대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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