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리 성당의 성모 마리아.
아들에게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때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 아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가 신이었다.
엄마와 아들 사이에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존재하지만
실은 엄마가 신이었던 게다.
아들이 자라 엄마보다 큰 사람이 되면 이젠 아들이 신이 된다.
어머니는 아들을 신처럼 여기고 섬긴다.
아들은 엄마가 신이었었던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신성이 없어진 어머니를 봉양한다.
시간이라는 긴 강물을 사이에 두고 신이 살고 계신다.
서로 뒷모습을 보며 간절히 기도하는 것은 모정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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