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각별한 사람 [김명인]

JOOFEM 2016. 8. 28. 20:02





각별한 사람 [김명인]






그가 묻는다,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언제쯤 박음질된 안면일까, 희미하던 눈코입이

실밥처럼 매만져진다

무심코 넘겨 버린 무수한 현재들, 그 갈피에

그가 접혀 있다 해도

생생한 건 엎질러 놓은 숙맥(菽麥)이다

중심에서 기슭으로 번져 가는 어느 주름에

저 사람은 나를 접었을까?

떠오르지 않아서 밋밋한 얼굴로

곰곰이 각별해지는 한 사람이 앞에 서 있다








*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지만

각별하지 않았던 사람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이십년전, 삼십년전 사람들도 기억의 저편으로 달아나고

심지어는 초딩, 중딩, 고딩때 알던 친구들의 얼굴도 어렴풋하다.

이제는 명함을 받으면 특징을 적어놓기 까지 한다.

안경, 대머리, 콧수염, 찐한 눈썹 등등 신체의 일부를 슬쩍 적어놓는다.

그래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건 거래가 그다지여서 그렇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가 각별한 사람이라 여기고 금방 알아보는데

내가 몰라 볼 때 미안하기 그지없다.

무심코 넘긴 과거의 그 현재에서 각별하지 않았던 사람이 각별해질 수 있을까.

도무지 각별해질 수 없는 사람이 앞에 서 있을 때 표정관리가 참 어렵다.


아, 예. 기억이 납니다. 많이 변하셨네요.(리,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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