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엉뚱한 한 수를 알지 못한다.
모른다 [김소연]
꽃들이 지는 것은
안 보는 편이 좋다
궁둥이에 꽃가루를 묻힌
나비들의 노고가 다했으므로
외로운 것이 나비임을
알 필요는 없으므로
하늘에서 비가 오면
돌들도 운다
꽃잎이 진다고
시끄럽게 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대화의 너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발화할 때
그 말이 어디에서 발성되는지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는 모른다
계절 너머에서 준비 중인
폭풍의 위험수치생성값을
모르니까 쓴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
* 자연의 이치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가면 다 안다.
머리 굴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는 것을 시로 쓰는 시인은 없다.
아는 건 시인이 아니어도 다 알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고 한다.
그러니 시인들은 얼마나 더 에너지를 소모하며 시를 쓸까.
시의 소재가 고갈되면 아는 걸 쓰는 시인이 나오기도 할 게다.
아직은 모르는 걸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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