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모른다 [김소연]

JOOFEM 2016. 10. 17. 07:35


                                                                               알파고는 엉뚱한 한 수를 알지 못한다.







모른다 [김소연]






꽃들이 지는 것은 
안 보는 편이 좋다 
궁둥이에 꽃가루를 묻힌 
나비들의 노고가 다했으므로 
외로운 것이 나비임을 
알 필요는 없으므로  

하늘에서 비가 오면 
돌들도 운다 
꽃잎이 진다고 
시끄럽게 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대화의 너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발화할 때 
그 말이 어디에서 발성되는지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는 모른다 
계절 너머에서 준비 중인 
폭풍의 위험수치생성값을 
모르니까 쓴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







* 자연의 이치를 다 알 필요는 없다.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가면 다 안다.

머리 굴리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는 것을 시로 쓰는 시인은 없다.

아는 건 시인이 아니어도 다 알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고 한다.

그러니 시인들은 얼마나 더 에너지를 소모하며 시를 쓸까.

시의 소재가 고갈되면 아는 걸 쓰는 시인이 나오기도 할 게다.

아직은 모르는 걸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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