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사랑 노래 [황동규]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녁,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 아는 분이 구치소에 계셔서 면회를 갔다.
파출소도 가본 적 없는데 구치소라니,
처음엔 참 생소했는데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 서른 권을 놓고 열독중이라니 문득 '쨍한 사랑 노래'가 생각난다.
죄가 뭣이고 정의가 뭣인지는 중요치 않다.
때로 마음없이 사는 일도 필요하다.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없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시가 큰 힘이 되어 마음 사라진 자리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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