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성 그림
국민교육헌장 [강병철]
'암송 순서대로 집에 보낼 거여 그때까정 꼼짝 마'
신작로 춘원옥 밤새미 투전판 날린 담임선생 니코틴 삭은 냄새 적삼
으로 파고든다 1등 통과한 소년 철봉대 붙잡고 기다려도 한머리 동무
들 아무도 오지 않는다 삘리리리 보리피리 혼자 불던 하굣길 고샅 농립
으로 불쑥 일어선 쇳밭둑 당숙
― 근섹인 웨 안 온다니 다랑카지 풀 매야 쓰는디
― 원래 외우는 머리 딸리는 애유
따개비 바위 베적삼 아낙 허리 펴며
― 소연인 헥멩 공약 못 외워 발목 묶여 있대니?
― 그건 정아 누나 때 운동장 조회 과제구유, 시방은 궁민교육흔장유
따래할멈 오이 따던 손 비비며
―우리 언년인 요태 담배 먹구 맴맴인감
― 꼬찌루 나올규
조선낫 든 소년 토끼풀은 안 뜯고 논두렁밭두렁만 무심히 후려치는
중이다 염전 바닥 소금물 바싹바싹 마르는데 시간이야 어떻든 난 모른
다, 며
- 시와경계, 2018년 겨울호
* 내가 국민학교 일학년일 때 만들어져 학생들에게 암기하게 만든 국민교육헌장.
파시즘이니 뭐니,라고 하지만 문장은 명문장이어서 지금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문구들이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고
'새역사를 창조하자.'로 끝난다.
돌아보면 그 헌장의 문구대로 열심히 살았던 세대이고
한강의 기적, 팔팔올림픽, 월드컵, 수출대국 등등 뭐든지 이루어내는 국민이 되었다.
애국가 4절을 아직도 외우고 있고 전세계 어디에 가도 애국가를 부르며
국민의 자긍심을 갖는 나라가 되었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지금도 가훈처럼 남아 있다.
큰아이가 학교 다녀오면 '아빠, 우리집 가훈 뭐야?'
- 응, 성실.
작은아이가 학교 다녀오면 '아빠, 우리집 가훈 뭐야?'
- 응, 성실.
막내가 학교 다녀오면 '아빠, 우리집 가훈 뭐야?'
- 응, 성실.
먼훗날 우리아이들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성실'을 기억하며 성실하게 살 것이다.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고,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 공익과 질서를 앞세우며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 경애와 신의에 뿌리박은 상부상조의 전통을 이어받아, 명랑하고 따뜻한 협동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며,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 정신을 드높인다.
(본문에서 '성실'이 제일 먼저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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