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놈을 다시 심으면 어디든 가서 닿을 게다.ㅎ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문효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빛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
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
서럽게 떠도는 사랑이여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
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되어라
-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현대시학 50주년 기념 시도자집), 달아실,2019
* 화분을 정리하다보면 벽이고 바닥이고 흩어진 씨앗들이 많다.
쓸어담아 빈 화분에 부어준다.
씨앗을 머금은 씨방은 부풀어 압력이 꽉 찼다가 임계점에서 순간적으로 씨앗을 사방으로 날려버린다.
사랑의 결과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날개가 달려 바람에 날아가거나
씨방을 폭탄 터뜨리듯 하여 멀리 보내어진다.
그렇게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동안 커피나무에서 거둔 몇십알의 콩을 심어 작은 커피나무를 어디든 분양해주었는데
올해도 칠십알 정도 열렸다.
십년 넘게 커피나무를 키운 나의 사랑이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한다면 좋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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