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낮달 [유지소]

JOOFEM 2023. 2. 22. 14:03

낮달, 노명희 화가 그림

 

 

 

 

 

낮달 [유지소]

 

 

 

 

나는

거기 있었다 네 머리 위에

거기 있었다 네가 떠나간 후에도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거기 있었다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

바퀴가 구르면서 닿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

너의 얼굴을 바꾸는 동안

 

그동안 

거기 있었다

나는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에

 

          - 계간 시작 2012년 가을호

 

 

 

 

 

 

* 알오티씨 동기가 경영하는 가공업체를 방문해서 커피 한 잔하며

담소를 나누는데 서가에 시 한 편이 눈에 띈다.

제목은 낮달인데 내용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같았다.

어머니는 사실 낮달처럼 늘 있는 듯 없는 듯 자식을 바라보며

무한한 사랑의 눈길을 주신 분이 아니던가.

항상 그 자리에서 그 먼 거리에서 참 따뜻한 사랑이었다.

항상 그 자리를 지키시는 어머니를 떠올리면 

항상 달빛이 내 몸에, 내 마음에 존재한다는 걸 느끼겠다.

살아계셨으면 쪼골쪼골한 얼굴에 인자함으로 눈길을 주셨을 텐데,

이제도 달처럼, 낮달처럼 달빛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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