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찌개 [안정옥]
겨울에 어머니는 언제나 도루묵찌개를 끓였지요
무를 썰어 넣어 얼큰한 찌개를 우리는 둘러앉아
퍼먹었지요
어머니는 국물이 맛있는 거다 국물이 맛있는 거다
오늘 나는 시장에서 도루묵을 별미인 양 사 들고 왔지요
아이들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찌개는 식어
나는 국물만 몇 번 먹으며
나도 어머니처럼 국물이 맛있는 거다
말해줄 나이가 되었지만
나 아직 삶의 국물맛은 모르지요
- 붉은 구두를 신고 어디로 갈까요, 문학동네, 2022
* 어릴 때는 생선이 좀 싼 편이었다.
동태나 도루묵 같은 생선을, 그래서 많이 먹었다.
우리는 얄밉게도 살만 발라 먹었고
동태알, 도루묵알을 뽀드득뽀드득 씹어먹었다.
술을 하는 아버지는 으,하며 국물을 드셨지만 어린 입맛은
그 국물의 깊은 맛을 몰랐다.
양은냄비에 끓인 동태탕은, 그래서 가끔 식당에 가서 사먹어보지만
그 깊은 국물맛을 느낄 수가 없다.
역시 어머니가 끓여주신 그 동태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겨울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도루묵찌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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