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 사랑은 밥먹은 횟수에 비례한다.
이번 추석에 오랫만에 가족들 모여서 즐거운 식사를 할 터인데
혹 밥먹은 횟수가 적었던 가족이 있었다면
억지로라도 한끼정도는 더 함께하기를....
그리고 미운 남편은 맛있는 송편 하나 더주기. (미운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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