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고양이 잡기[박지웅]

JOOFEM 2008. 2. 16. 11:09

 

                                                                                                      우리집 칸쵸! 

 

 

 

 

 

 

고양이 잡기[박지웅]

 

 

 

 

고양이를 잡을 때는 손에서 살기를 빼야 한다

 

--살기? 내가 그걸 죽이려 했단 말이야?

--아니, 잡으려는 생각 말이야.

 

옳거니, 나는 생각의 근시를 벗는다

내 음성이 휘둘렸을 채칙이나 부름이 지녔을 목줄

재촉하여 부르고 낚아채려는 손을, 손에서 뺀다

몇 겹이나 포개어 낀 장갑 같은 생각, 생각!

내 손에는 수갑처럼 달린 생각

네가 다니는 목마다 걸어놓은 올무와 포획, 치워낸다

누대에 거쳐 매복한 이 수렵의 기운!

한 놈 두 놈 걸어 나온다

--나는 너에게 적지였으니, 너의 생각이라는 불온한 종족을

발견했다

나는 손에 남은 포위를 걷어 낸다

정신 집중하여 손에서 집착을 떼어 낸다

생각은 집요하다, 독하게 붙어 파고드는 거머리들

나는 불을 들어 생각의 등을 쓸어내린다

떨어져 바닥에 우글거리는 무례하고 말랑한 생각들.

이제 나는 물체처럼 손을 내려 흐르는 물에 담근다

몸이 빠져 나간다 손끝으로사람이 빠져 나간다

나는 장소가 된다. 나는 물 한 모금이 된다

 

 

 

 

 

 

* 손에서 집착을 떼어내는 일은 아주 어렵다

  분명 사육한 것도 아니요, 억압을 준 것도 아닌데

  고양이는 그리 생각하나보다

  포획하려는 생각을 거두고

  살기띤 눈초리도 감추며

  아무 말없이 의무에만 충실하련다

  그럼에도 손끝으로 사람은 빠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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