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五體投地){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 해마다 인간은 한살을 먹는다.
떡국 한 그릇을 먹듯이 나이를 먹는다.
정오의 삶에서
시침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기울어만 가고
나의 오체는 점점 땅과 가까와진다.
한 줌 흙에서 와서
한 줌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풀어헤치고
흙을 닮아 간다.
덧없이 나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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