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의 새에게 묻다[안정혜]
시조새 화석 바이에른의 새
반은 공룡이고 반만 새인 어중간한 몸, 지상과 허공의 유전자를 동시에 품은
절반의 새였다 비상과 추락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청록빛 하늘을 영토로 삼았다
날아다니는 존재의 시원이 되었다 몸에 돋아난 최초의 날개, 오직 새가 되어야하
는 절체절명의 명제 앞에서 생각을 고르느라 밤새 깃털을 접다가 펼쳤다 바람의
어깨에 올라타기 위해 바람보다 더 가벼워져야 했다 주저앉고 싶은 몸의 저항을
털며 밤을 지새웠다 뼛속까지 비운 후 날아오른 쥐라기의 무한 허공, 한 자루 붓
이 되어 날갯짓할 때 바이에른의 새는 제 영토가 된 하늘 어귀 짬에다 어떤 문장
을 기록했을까?
다이어트 식단표를 짜다가 문득
맨 처음 날아올라 새의 전범이 된 바이에른의 새에게 묻는다, 임계를 훌쩍 넘
어 무변창공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모든 새들이 날아가 죽고 싶은 그 하늘, 일필휘지로 그려낸 그의 필법이 궁금
하다
2010 시안신인상 당선작
* 바이에른의 새처럼 현대인은 반은 비만이고 반은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어중간한 몸이다.
먹는 것 근사하게 먹으면서 안돼, 살찌면 안돼,를 외치고
땀을 흘리며 헉헉거리지만 뼛속까지 비우지는 못하니 결국은 말짱 도루묵이 되는 인생들이다.
영적으로도 세상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날갯짓에 따라 구별된다.
거룩함이란 말이 하늘에 뜻을 두고 사느냐, 아니냐를 말함이다.
비만이냐 날씬이냐? 비옥한 영혼이냐 빈한한 영혼이냐?
과연 지금 이 순간, 여기서의 날갯짓은 의미있는지 아닌지 물어봐야 할 테다.
하늘의 사람인지, 땅의 사람인지를 묻는 게임에서 나는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
일필휘지를 위해 수천만번 날갯짓을 해야 필법이 완성될 게다.
아, 가을인데, 하늘을 생각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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