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아니지만 대천 바닷가에서 하도 귀엽게 놀기에 한 컷 찍었었다.
내가 착해질 때[고증식]
모처럼 방에 누워 시집 한 권 읽는데
엊그제 중학교에 든 딸아이 다가옵니다
조금만 자고 공부하면 안 되겠냐고
가만히 품안에 파고듭니다
아빠 심장은 너무 느리게 뛴다고
웅얼웅얼 몇 마디 투정이더니
쌕쌕 고른 숨소리 들려옵니다
이마에 가만히 입술을 대고 있으려니
비누 내음인지 꽃 내음인지
시 한 줄 읽고 숨소리 한번 듣고
숨소리 듣다가 얼른 또 시 한 줄 봅니다
그러고 보니 시집 제목이
서정홍의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입니다
우리 강아지 오래오래
철들지 않았으면 생각했습니다
- 『하루만 더』(애지, 2010)
* 박제영시인이 보내준 소통의 시이다.
딸아이가 철이 없어 아빠품으로 파고드는 것은 아마 중학교 일,이학년 때까지일 게다.
조금만 철이 들면 품안의 자식에서 벗어난다.
시인의 마음처럼 오래오래 철들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하지만
어느 틈엔가 철이 들어 숙녀가 되어버리는 딸들이다.
평생 아빠만 좋아해 주면 좋을 것 같지만 남친 생기면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딸 가진 아빠들은 각오해야할 일이다.
아빠가 착해질 때는 딸이 품안에서 떠나도 섭섭해하지 않는 것일 게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남 39[조병화] (0) | 2010.09.23 |
---|---|
소유所有[허영자] (0) | 2010.09.15 |
바이에른의 새에게 묻다[안정혜] (0) | 2010.09.03 |
동사무소에 가자 [이장욱] (0) | 2010.08.28 |
입술 [강인한] (0) | 201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