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所有[허영자]
나는 많이
가진 것 없기에
버릴 것도 없습니다
버릴 것이 없어서 부끄럽습니다
남이 버린 것도
주워서
알뜰히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
아주 떠날 때에도
버리지 않고 두고 떠날 것입니다
부끄러운 살림 몇 점
두고 떠날 것입니다.
* 삼십년 전에 만난 허영자시인은 참 예쁜 모습이었고
소유한 것이 참 많아보였다.
요즘 간간이 시잡지나 인터넷으로 뵌 모습은 알뜰한 모습, 그 자체이다.
세월이 그만큼 흘러 삶을 변화시키고 무소유의 정신을 터득케 했나보다.
이 시를 대하면서 신부의 청빈함이 떠올랐다.
내게 가르침을 준 미쉘 꽈스트 신부도 떠올랐다.
버릴 것이라곤 없는 이 세상,
가져갈 것도 없이 딱 그만큼의 소유할 것들,
부끄러울 것도 없는 삶......
정말이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허시인이 터득한 그 진리를 내 마음에 내려놓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경산수(眞景山水)[성선경] (0) | 2010.09.27 |
---|---|
남남 39[조병화] (0) | 2010.09.23 |
내가 착해질 때[고증식] (0) | 2010.09.07 |
바이에른의 새에게 묻다[안정혜] (0) | 2010.09.03 |
동사무소에 가자 [이장욱] (0) | 2010.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