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소유所有[허영자]

JOOFEM 2010. 9. 15. 00:21

  

 

 

 

 

 

 

 

 

소유所有[허영자]

 

 

 

 

나는 많이

가진 것 없기에

버릴 것도 없습니다

버릴 것이 없어서 부끄럽습니다

 

남이 버린 것도

주워서

알뜰히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

아주 떠날 때에도

버리지 않고 두고 떠날 것입니다

부끄러운 살림 몇 점

두고 떠날 것입니다.

 

 

 

 

 

 

* 삼십년 전에 만난 허영자시인은 참 예쁜 모습이었고

소유한 것이 참 많아보였다.

요즘 간간이 시잡지나 인터넷으로 뵌 모습은 알뜰한 모습, 그 자체이다.

세월이 그만큼 흘러 삶을 변화시키고 무소유의 정신을 터득케 했나보다.

이 시를 대하면서 신부의 청빈함이 떠올랐다.

내게 가르침을 준 미쉘 꽈스트 신부도 떠올랐다.

버릴 것이라곤 없는 이 세상,

가져갈 것도 없이 딱 그만큼의 소유할 것들,

부끄러울 것도 없는 삶......

정말이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진리를 깨닫게 한다.

허시인이 터득한 그 진리를 내 마음에 내려놓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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