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詐稱)[김왕노]
나는 사람과 어울리려 사람을 사칭하였고
나는 꽃과 어울리려 꽃을 사칭하였고
나는 바람처럼 살려고 바람을 사칭하였고
나는 늘 사철나무 같은 청춘이라며 사철나무를 사칭하였고
차라리 죽음을 사칭하여야 마땅할
그러나 내일이 오면 나는 그 무엇을 또 사칭해야 한다
슬프지만 버릴 수 없는 삶의 이 빤한 방법 앞에 머리 조아리며
* 나이가 주는 선물을 거절할 수 없는데도 그동안 줄곧 '청년주페'를 사칭하고 살았다.
얼마전까지 내 손전화기에는 빨간색 글자로 '청년주페'라고 사칭문자가 떠있었다.
새로 갤투를 사면서는 차마 청년이라는 말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이미 청년이 아니었다.
작년까지는 사학년 십반이라고 우기며 축구를 할 때에도 날아다녔다.
이젠 그렇게 하다가는 크게 다칠 것이 두려워 살살 뛸 정도가 되었다.
염색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았지만 요즘은 흰머리가 생기셨네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이제부터는 살만큼 산 사람으로 사칭하며 살아볼까?
하지만 '노년주페'라기엔 너무 젊은 것 아닌가.ㅎㅎ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지만 변함은 늘 있다.
다만 마음만은 늘 '철두철미'정신으로 산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철이고 주페이다.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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