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가정백반[신달자]

JOOFEM 2011. 5. 18. 08:09

 

 

 

 

 

가정백반[신달자]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내 집에 없고

상가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

혼자 먹는 가정백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훌쩍 콧물을 훌쩍이는 저녁

 

 

 

 

 

 

 

 

* 가정의 달에 가정이 없고 집만 있는 사람.

편의점의 삼각김밥 대신 가정백반을 먹는 이 사람은 왠지 독거노인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도 남자.

집에 밥이 없을 리 없고 반찬이 없을 리 없지만 그러나 가정이 없는 게다.

사랑이 담긴 밥을 먹어야 밥심이 생기는데 꾸역꾸역 넘기는, 사랑없는 인생이 얼마나 불쌍한가.

그나마 남원집에서는 가정백반이라 사칭하고 내오는 밥이니 그것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눈물콧물 그만 훌쩍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네.

 

 

'시와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홀한 국수[고영민]  (0) 2011.06.02
神의 기도[김남조]  (0) 2011.05.27
사칭(詐稱)[김왕노]  (0) 2011.05.15
영희 누나[오탁번]  (0) 2011.05.10
봄밤[이병초]  (0) 2011.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