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神의 기도[김남조]

JOOFEM 2011. 5. 27. 23:39

 

 

 

 

 

神의 기도[김남조]

 

 

 

 

이제는

神께서 기도해주십시오

기도를 받아 오신 분의

영험한 첫 기도를

사람의 기도가 저물어가는 이곳에

깃발 내리시듯

드리워주십시오

 

가슴으로

사랑이 오기도 합니다만

더 빠르게, 눈 몇 번 깜빡이는 사이

죽음이 수만 명의 산 사람을

삼킨 일은

분명 착오였습니다

 

공포가 다녀가고

바늘 찌르는 외로움 사위고

희망이 바람 불어 뭉개질 때

하느님께서

그들을 품어주셨겠지요

아닙니까?

 

끝을 모르면서

끝의 끝까지 돌아 나와

어질어질, 가물가물한

저희들 '인류'에게 최소한

이 한 말씀을 천둥 울려주십시오

"내가 알고 있다

내가 참으로 알고있다"고

오오 하느님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수만명을 삼키는 착오를 범하지 않았을텐데

때로 삼켜놓고 침묵을 지키는 절대자인 神.

때로 죽어가는 자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해도 꿈쩍않는 가혹한 神.

그래서 나약한 인간은 기도에 매달리다가도 "아닙니까?'라며 엉까기도 한다.

그냥 알아주기만 해도 슬픔이 멈추고 고통이 멈출텐데도 神은 늘 침묵을 지킨다.

"내가 알고 있다"라는 단 한마디만 해주어도 이렇게 엉까거나 분노해 하지 않을텐데......

 

그러나 神은 침묵을 통해 答을 주고 있다고는 한다.

그럼에도 답답하면 아닙니까? 안 알아주실껍니까? 엉까게 된다.

인간은 누구든지 나를 알아주는 神,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알아주는 사회가 공의롭고 좋은 것이란 걸 안다.

내가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하느님은 내가 너를 참으로 알고있다,라고 한마디 안해줄지라도

전지전능한 하느님은,神은 끝까지 침묵을 지킬 게다.

오오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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