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 국수이름이 잔치국수인데
잔치집에서 울고있는 사람이 있으니
슬픔의 잔치국수,라고 해야 하는 건가.
팔십프로가 기쁨의 잔치이어도
이십프로는 슬픔의 잔치일 수 있고
거꾸로 팔십프로가 슬픔의 잔치일 수도 있다.
살기가 팍팍해져서 슬픔의 잔치를 할지라도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라면 참 맛이 있을 테다.
지난 번 신미균선생님이 국수 삶는 법을 전수해 주셨는데
아직 실습을 하지 못했다.
그 납작한 멸치(그 이름이 디포리!)를 구하지 못하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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