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씨의 수련 [김정란]
나는 언제나 물가에 있다
영혼은 親水性이지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면,
우선 가늘게 눈을 뜨는 것부터
최초의 순수한 시선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
그 다음엔
투명한 베일처럼 펼쳐지는 신비와
영혼이라고 불리는 감미로운 안개
모든 연금술사들의 애무하는
탐미하는 쾌락의 붓같은 시선을
사물에 단 한번 멋지게 도달하기 위해
존재의 모든 골목길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그들의 사팔뜨기 영혼을 부를 것
그리하여 이윽고
청명한 대낮을 향해 일어서는
물의 無限으로 다가갈 것
모든 것이기도 하고 전혀 부재이기도 한 물
수련은
오랜 시선의 애무를 받은 물 속에서
어느 새벽 홀로 활짝 피어난다
난 수련이 벽이라도 한 듯
기대고 싶어 그 작은 꽃의 고적함과
미세함에 그 위태한 연약함에 기대고 싶어
언제든 이윽고 물밑으로
가라앉고 싶어
깜깜한, 아주 보드라운
회귀의 물밑으로
* 누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정의하였는가.
정말 그럴듯해 보이는 게 세상에 가장 많은 게 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온통 강, 온통 바다, 온통 호수.
흐르고 고이고 찰랑거리고 그 자체가 자연이다. 神이다.
물가에 심어진 나무는 행복하고, 바위위에 심어진 나무는 불행하다.
우리 몸속에도 많은 물들이 움직이고 거꾸로 솟고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아마도 모네씨는 이 요물같은 물을 좋아하고
물과 친하게 지내는 수련을 좋아했나보다.
하지만 수련은 물을 아주 잘 이용하는 한 수 위의 요물이다.
물에 사니 친수성 같지만 수련잎은 소수성을 지녀서
물을 밀어내는 힘으로 물 위에 떠있고
물방울이 수련잎을 덮지 않도록 표면장력으로 뭉치게 해서 떠밀어낸다.
청정한 물에서 사는 게 아니라 더러운 물도 마다 않는 겸손함으로
이 아수라를 정화한다.
모네씨가 그래서 수련에 미쳐 수련을 그려냈나보다.
비 내리는 소리, 냇가 물 흐르는 소리, 찰랑거리는 강물의 세밀한 소리, 철썩이는 파도 소리.....
그 소리가 우리 귀에 즐거운 것과 같이 수련이 주는 풍경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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