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박후기]
이가 깨져 대문 밖에 버려진 종지에
키 작은 풀 한 포기 들어앉았습니다
들일 게 바람뿐인 독신(獨身),
차고도 넉넉하게 흔들립니다
때론,
흠집도 집이 될 때가 있습니다
* 새 차를 뽑으면 흠집이 나지 않게 조심조심 운전을 한다.
그러다가 한번 작은 흠집이 나게 되면 조심운전을 그만두게 된다.
조금 흠집이 나더라도 그럴 수 있어, 하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된다.
살면서 흠집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한 번의 흠집을 통해 넉넉한 마음을 갖고 살게 되니
오히려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흠집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결벽증세에 빠질 수도 있을 게다.
이가 깨지지 않은 종지가 찬장에 처박혀 한번도 쓰임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이가 깨져 다육이를 키우는 화분으로 쓰임받는다면 그게 오히려 나은 게다.
흠집이 넉넉한 집이 될 수 있도록 흠집을 잘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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