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 [조은]
모르는 전화번호가 창에 떴다
여든의 엄마 친구였다
뚫을 듯이 하늘을
노려볼 때였다
그분이 차려준 밥을 먹은 적이 있다
나는 풋풋했고
늙었다고 느꼈던 그분도 젊던 시절
정갈한 음식이 알맞은 온도로 식어가는
둥근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먹을 때에도 나는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늘이 내 어깨를 물고
놓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 때
전화를 받았다
꿈에서 나를 봤다며
안부를 물었다
따뜻한 빛이
가뭄의 빗줄기처럼
쏟아졌다
* 가끔 꿈에서 보는 사람은 행인1, 행인2처럼
그냥 스쳐지나갔던, 특별한 친분은 없는 사람인 경우가 있다.
깨고나면 왜 꿈에 나타났을까, 궁금해진다.
기억의 서랍 저편 구석에 숨겨져 있던 편편상이 불쑥 나타난 걸까.
그렇다고 혹시, 하는 불길함 때문에 전화를 걸 수는 없는 것.
그럼에도 여든 노인이 주저없이 전화를 걸어주니
이건 정말 따뜻한 한줄기 빛인 게다. 사랑인 게다.
그분의 수첩에 내 전화번호가 적혀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낙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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