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하루 [이성선]

JOOFEM 2016. 4. 3. 22:15


     * 어제 성묘 가서 무덤가에 핀 할미꽃을 만났다. 해마다 배신 때리지 않고 피어주는 고마운 꽃.






하루 [이성선]






오늘은 그냥
종일
꽃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나는 곁에 앉아
잘 못 마시는 술
혼자서
한 잔 따라놓고
꽃의 귀에
술을 붓듯이
입술로만 조금씩 마신다 

술잔 속에 
프리지어 얼굴 하나 눈 뜨는 하루 








* 비가 온 것도 아니고 단지 기온이 올랐을 뿐인데

꽃들은 피어야할 때를 알고 저마다 팝콘처럼 팡팡 터졌다.

매화,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노루귀, 개불알꽃,민들레,할미꽃 심지어 냉이꽃까지......

필 때를 맞추어 핀 게 맞나싶을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꽃이 피고 있다. 

정말 이 고마운 꽃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아무 곳이나 돗자리 깔고 꽃으로 담근 술 한잔 마시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고맙다, 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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