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허은실]

JOOFEM 2017. 2. 24. 11:30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허은실]






입안 가득 손톱이 차올라

뱉어내도 비워지지 않네

문을 긁다 빠진 손톱들

더러는 얼굴에 묻어 떨어지지 않네


숲은 수런수런 소문을 기르네

바람은 뼈마디를 건너

몸속에 신전을 짓고

바람에선 쇠맛이 나


어찌 오셨는지요 아흐레 아침

손금이 아파요

누가 여기다 슬픔을 슬어놓고 갔나요

내 혀가 말을 꾸미고 있어요


괜찮다 아가, 다시는

태어나지 말거라


서 있는 것들은 그림자를 기르네

사이를 껴안은 벽들이 우네

울음을 건너온 몸은

서늘하여 평안하네


바람이 부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네

몸을 벗었으니 옷을 지어야지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  괜찮다 아가, 다시는 태어나지마라!

최근에 공유와 이동욱이 나온 드라마, 도깨비가 떠오르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삼신할머니가 떠오른다.

생을 마치는 슬픔은 잠깐이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던 생이 혀처럼 꼬이고

몸을 벗게 된다.

설웁던 지난 생은 망각하게 되고

더 이상의 생은, 슬픔은 없다.

새옷은 설웁지 않길, 아름답길 바란다.

(요 대목에서 크러쉬의 Beautiful을 들어야 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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