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허은실]
입안 가득 손톱이 차올라
뱉어내도 비워지지 않네
문을 긁다 빠진 손톱들
더러는 얼굴에 묻어 떨어지지 않네
숲은 수런수런 소문을 기르네
바람은 뼈마디를 건너
몸속에 신전을 짓고
바람에선 쇠맛이 나
어찌 오셨는지요 아흐레 아침
손금이 아파요
누가 여기다 슬픔을 슬어놓고 갔나요
내 혀가 말을 꾸미고 있어요
괜찮다 아가, 다시는
태어나지 말거라
서 있는 것들은 그림자를 기르네
사이를 껴안은 벽들이 우네
울음을 건너온 몸은
서늘하여 평안하네
바람이 부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네
몸을 벗었으니 옷을 지어야지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 괜찮다 아가, 다시는 태어나지마라!
최근에 공유와 이동욱이 나온 드라마, 도깨비가 떠오르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삼신할머니가 떠오른다.
생을 마치는 슬픔은 잠깐이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던 생이 혀처럼 꼬이고
몸을 벗게 된다.
설웁던 지난 생은 망각하게 되고
더 이상의 생은, 슬픔은 없다.
새옷은 설웁지 않길, 아름답길 바란다.
(요 대목에서 크러쉬의 Beautiful을 들어야 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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