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겨우살이 [고영민]

JOOFEM 2017. 2. 28. 07:42








겨우살이 [고영민]






겨우 사는 식물이 있는데

먹이를 찾아 날아온 새가 자신을 쪼면

부리에 붙어버리는

씨앗을 떼어내느라

부리를 나뭇가지에 비비면

나뭇가지에 붙어버리는

죽자사자 붙어버리는

식물이 있는데


참나무에 붙으면 참나무에

팽나무에 붙으면 팽나무에

밤나무에 붙으면 밤나무에

뿌리를 내리는


남의 나무줄기에 근근 뿌리를 박아

물을 얻어먹으며 살아가는

여름철엔 그늘에 가려 자라지 못하다가

나뭇잎이 떨어지면 그제야

작은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는데

추운 겨울, 푸른 가지에 노란 열매를

오들오들 떨면서 맺는 식물이 있는데


                         - 월간 태백, 17' 3월호









* 칠,팔년전 단양의 시인이 겨우살이를 보내왔다.

- 이거 오선생님 드리려고 했는데 안 오셔서 오라버니 먼저 드세요.

헐, 불경스럽게 오교수님 것을 받아 먹다니......

겨우살이 뿐만 아니라 고로쇠물, 두릅,마늘 등등

단양의 산물을 얻어먹어서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는가, 싶다.

처음엔 무슨 나무가지를 잔뜩 보냈나 했는데 몇번 끓여 먹어보니

구수하긴 했다. 건강에 좋다니 겨우 먹었는데......

락앤락 통에 담았던 게 반쯤 남았을 때부터 안 먹게 되었다.

몇달전 이사를 하면서 남은 반을 처분하자니 단양시인에게 미안했다.

귀한 겨우살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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