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라는 말 [문성해]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단 말
그리하여 나는
살에도 밤에도 물에도 스밀 수 있단 말
쭈뼛거리는 내게 방석을 내주는 말
결을 가진 말들은
고여 있기보단
어딘가로 흐르는 중이고
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
그 말 속에
진종일
물기를 머금는 말
바람결 잠결 꿈결이
모두모두 그러한 말
-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 창비
* 우리 삶결에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것.
시에도 결이 있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방석도 내어주고 의자도 내어주고
도란도란 대화하고 스미듯 스치면서 곁을 내어준다는 것.
아주 가끔이라도 시사랑 카페에 들어와 시결을 느끼고 삶결을 느끼고
앉아도 보고 뒹굴어도 보고 그러면 좋은 것.
시와 사랑을 통해 가벼운 말 한마디라도 남기며 누군가에게 곁을 주는 것.
시사랑이 열여덟해를 지켜온 가치는 그런 것.
아가의 살결이 스치듯 곱디고운 결을 시를 통해 살짝살짝 느끼며
나도 누군가에게 결을, 곁을 내어주어야겠다고 깨닫는 것.
그것이 시사랑의 꿈결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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