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수도원 - 위령성월(慰靈聖月) [전동균]
1
마른 덤불에서 새가 날아올랐다
배가 검고, 목이
흰
울음소리
죽은 이의 혼이
살아 있는 것들의 손을 잡아 이끄는 듯
사방의 공기들이 한쪽으로 몰리며
잠시
고개 숙였다
2
침묵에 휩싸인 나뭇잎 위에
나뭇잎이 떨어져
쌓이고
저 새가 온 곳
허공의 목청을 떨며 종적 없이 사라져 간 곳
그 사이의
비탈진 흙길을
삭발을 한 저녁이
밭일을 마친 한 무리의 수사들과 함께
돌아 나오고 있다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 2008
* 새로 직장을 구한 곳은 집에서 한시간 차를 몰고 가야하는 곳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땐 여덟시뉴스를 시작해서 아홉시뉴스를 다시 시작할 때까지다.
천안에서 삽교까지 매일 오가며 한 무리의 수사가 아닌 한 무리의 차량들과 함께
순례자의 도로를 달린다.
붉은 손으로 와서 붉은 손으로 갈 때까지 꿈지럭거려야 살 수 있다.
함께 달리는 차량과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 늘 위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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