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봉쇄수도원 - 위령성월(慰靈聖月) [전동균]

JOOFEM 2018. 7. 25. 12:06







봉쇄수도원 - 위령성월(慰靈聖月) [전동균]





1

마른 덤불에서 새가 날아올랐다


배가 검고, 목이

울음소리


죽은 이의 혼이

살아 있는 것들의 손을 잡아 이끄는 듯


사방의 공기들이 한쪽으로 몰리며

잠시

고개 숙였다



2

침묵에 휩싸인 나뭇잎 위에

나뭇잎이 떨어져

쌓이고


저 새가 온 곳

허공의 목청을 떨며 종적 없이 사라져 간 곳


그 사이의

비탈진 흙길을


삭발을 한 저녁이

밭일을 마친 한 무리의 수사들과 함께

돌아 나오고 있다


                              - 거룩한 허기, 랜덤하우스, 2008







* 새로 직장을 구한 곳은 집에서 한시간 차를 몰고 가야하는 곳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땐 여덟시뉴스를 시작해서 아홉시뉴스를 다시 시작할 때까지다.

천안에서 삽교까지 매일 오가며 한 무리의 수사가 아닌 한 무리의 차량들과 함께

순례자의 도로를 달린다.

붉은 손으로 와서 붉은 손으로 갈 때까지 꿈지럭거려야 살 수 있다.

함께 달리는 차량과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 늘 위안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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