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소나기 [복효근]

JOOFEM 2018. 8. 6. 11:52


                                                                    '소나기' 폴 시뤼지에 그림







소나기 [복효근]






무지개는 떠 있을 것인가

없었던 것 같은 그러나

분명 있었던 일


옥수수 잎 뒤에 숨었던 달팽이 한 마리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옥수숫대를 기어오르고


거짓말처럼 내리죄는 햇볕 속에

저 무지개가 증명하는 것은

있는 일인가 없는 일인가


낮꿈 같은 이 생에 뒤에

우리 사랑은 있었던 일인가 없었던 일인가

무지개는 떠 있을 것인가


                       -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달아실 시선, 2017








* 구십 노인도 처음 겪는 더위이고

육십 청년도 처음 겪는 더위다.

어린 아이들은 원래 더위가 이렇게 포악한 것으로 알고 자라겠다.

일천구백구십사년이 그렇게 더웠다고 하는데 사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의 이 더위는 꼭 생각이 날 것만 같다.

장마가 오게 되면 습하고 더워서 싫었는데

이젠 습해도 좋으니 장마가 오는 게 좋겠다 싶다.

아니 잠깐이라도 소나기가 내려 무지개를 띄워주면 좋겠다.


더워도 너무 더우니 안부를 묻는 전화나 문자가 많아졌다.

그것만 해도 소나기가 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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