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내 꿈속의 벌목공 [강성은]

JOOFEM 2018. 8. 10. 08:13







내 꿈속의 벌목공 [강성은]

 


 

  그는 거대한 톱을 들고 숲으로 걸어 들어온다 낡은 점퍼를 입고 흙투성이 장화를 신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미로 같은 나무들,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햇빛은 눈부시고 그는 망연하다 어제 쓰러뜨린 나무들은 사라지고

없다 숲의 나무들은 다시 처음처럼 울창하게 서 있다 이 숲의 나무들을 다 베고야 말겠다는 벌목공의 야심은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눈 쌓인 날도 어제도 그는 열심히 나무들을 쓰러뜨렸지만 이내

자신의 등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나무들 이 거대한 톱이 원하는 것은 저 나무들이 아닐지도 몰라

그는 처음으로 톱이 두려워졌다 그는 쓰러지는 나무를 피해 다녔지만 톱을 멀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벌목이

끝나려면 내가 스스로 나무가 되어야 하는 걸까 그는 반짝이는 은빛 날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그었다 스칠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묘하고 아름다운 소리 그는 자신의 몸을 더 세게 톱질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톱이 이토록 쓸쓸한 말을 하다니 이토록 무서운 말을 하다니 그는 그것이 톱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자신의 몸을 베는 소리인지 감각 없는 뼈를 자르는 소리인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울음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더 세게 톱질했다 거대한 톱과 거대한 소리는 숲을 가로질러 그 너머

까지 울려 퍼졌다

 

  내가 듣고 있는 줄 그는 모른다


                                                   -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 지성사, 2013









* 벌목공의 목적은 벌목이다.

목적은 목표이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자아의 실현과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그리고 얻는 행복이다.

기-승-전-행복이 되면 좋은데 그 전단계인 경제적 이익, 즉 돈에서 그치면서 자기를 해친다.

보기에 따라 자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목적은 정치이다.

정치라는 것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잘 다스려 행복하게 만드는데 있다.

마지막에 얻어야할 행복은 사라지고 기-승-전-돈이 되면 자기를 해친다.

감옥에 가거나 심하면 목숨도 버리게 된다.


목적을 벗어나면 벌목공처럼 톱으로 자기를 자르게 된다.

나, 참된 나는 실은 꿈을 꾸고 있는 나이며 꿈속의 그는 곧 나이다.

참된 나는 보이는데 나는 보이지 않으니 내가 나를 모르고 사는 것이다.


꿈속의 나일지라도 꿈을 꾸고 있는 내가 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자해하지 말고 끝까지 목적을 이루라.

기-승-전-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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