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거짓말 [박수서]

JOOFEM 2018. 8. 21. 08:01


                                                                                     새빨간 거짓말.






거짓말 [박수서]






분명 사천 짜장을 시켰는데 칠천 원이다

때 지난 점심, 냉장고 벽 위 매미처럼 붙어 있는

찌라시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것인데

맵다 여러 말할 것 없이 그냥 맵다

숯가마에 든 것처럼 땀이 흐르고

안경을 들썩거리고

머리를 벅벅 긁고

배롱나무처럼 온몸이 간질거리고

입을 닭똥집 모양으로 해서 소심하게 후루룩 먹는 것인데

그래도 자꾸만 사천 짜장이 왜 칠천 원인지 궁금한 것인데

사천이 면 값이고 삼천이 매운 값인가

사천이 매운 값이고 삼천이 면 값인가

왜 세상은 거짓말투성이인지 궁금한 것인데


                           - 해물짬뽕 집, 달아실 시선, 2018






* 사천짜장이 중국 사천성 음식인지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무식한 거고...ㅎ

아재 개그 같은 얘기지만 실은 너무 많이 거짓말하고 사기 치는 세상이라

눈총 받을 줄 알면서 쓴 거짓말 같다.

아재 개그하면 청소년 내지는 청년들은 혀를 차며 눈총을 쏜다.

그럼에도 아재 개그를 하는 이유는 사천 짜장이 사천원이길 바라는 거고

남는 게 없다는 장삿꾼의 속셈을 꿰뚫고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거다.


장보러 가서 살만한 것들이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와

냉동실 파먹기를 해야하는 시대다.

카트에 가득 실었던 때도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