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거짓말 [박수서]
분명 사천 짜장을 시켰는데 칠천 원이다
때 지난 점심, 냉장고 벽 위 매미처럼 붙어 있는
찌라시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것인데
맵다 여러 말할 것 없이 그냥 맵다
숯가마에 든 것처럼 땀이 흐르고
안경을 들썩거리고
머리를 벅벅 긁고
배롱나무처럼 온몸이 간질거리고
입을 닭똥집 모양으로 해서 소심하게 후루룩 먹는 것인데
그래도 자꾸만 사천 짜장이 왜 칠천 원인지 궁금한 것인데
사천이 면 값이고 삼천이 매운 값인가
사천이 매운 값이고 삼천이 면 값인가
왜 세상은 거짓말투성이인지 궁금한 것인데
- 해물짬뽕 집, 달아실 시선, 2018
* 사천짜장이 중국 사천성 음식인지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무식한 거고...ㅎ
아재 개그 같은 얘기지만 실은 너무 많이 거짓말하고 사기 치는 세상이라
눈총 받을 줄 알면서 쓴 거짓말 같다.
아재 개그하면 청소년 내지는 청년들은 혀를 차며 눈총을 쏜다.
그럼에도 아재 개그를 하는 이유는 사천 짜장이 사천원이길 바라는 거고
남는 게 없다는 장삿꾼의 속셈을 꿰뚫고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거다.
장보러 가서 살만한 것들이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와
냉동실 파먹기를 해야하는 시대다.
카트에 가득 실었던 때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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