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무엇보다 그리운 [박기동]

JOOFEM 2018. 8. 29. 13:17



                                                                                                              낮달, 노명희 그림






무엇보다 그리운 [박기동]





지난밤에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바닷가에 가 보았다.

감청빛의 파도 그 하얀 이마


바다의 안색은 태연했다.

튀어 오른 얼치기 몇 마리가

잘못 살았다고 죽는 시늉이다.

얼치기의 삶 얼치기의 길


길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사라진다.


무엇보다 그리운

사람 사는 길 위에 엎드렸다.


                        - 어부 김판수, 달아실시선, 2017






* 올해 너무 더워서 바다를 보러 가지 못했다.

감청빛 파도의 성난 모습도 보지 못했고 하얀 이마를 만져보지도 못했다.

산과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

늘 그 자리에 있고 언제든지 가면 만날 수 있다.

사람 사는 길에 산과 바다가 있고

'난 변하지 않아. 너희가 변할 뿐이지' 약 올리고 있다.

위에 함께 했던 사람들도 많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람들이 눈에 띄고 함께 하고 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야. 길도 때론 바뀌는 것이야.

사람 사는 길은 늘 산과 바다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