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김은경]
언니, 내가 말야 그놈의 다이어트 좀 해보겠다고
어제 저녁 먹고
남편이랑 배드민턴을 쳤거든?
휴, 공을 어쩜 그렇게 못받는지
삼십 분 치는데 한 삼십 년은 친 거 같아
살 빼려다
이혼부터 하게 생겼어
-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실천문학사, 2018
* 의외로 공을 못 다루는 남자가 많다.
다행히 나에게는 돈을 못 버는 아버지였지만 공으로 아들들과 놀아주는 아버지가 계셨다.
축구공, 배구공, 야구공, 핸드볼공 등등 그리고 셔틀콕.
일천구백칠십년도에 왼손잡이인 내가 야구 글러브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좋아 했고
그 바람에 근육 파열 두번에 십자인대까지 끊어지는 일을 겪었다.
얼마전 아들과 딸을 데리고 탁구장에 갔었다.
포물선을 그리는 두 녀석에게 그물을 살짝살짝 넘어가는 걸 알려주었지만 잘 안되었다.
그래도 포물선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걸 보며
곧 똑딱볼이 아닌 탁구를 치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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