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셔틀콕 [김은경]

JOOFEM 2018. 10. 15. 18:26








셔틀콕 [김은경]





언니, 내가 말야 그놈의 다이어트 좀 해보겠다고

어제 저녁 먹고

남편이랑 배드민턴을 쳤거든?

휴, 공을 어쩜 그렇게 못받는지

삼십 분 치는데 한 삼십 년은 친 거 같아


살 빼려다

이혼부터 하게 생겼어 


            -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실천문학사, 2018









* 의외로 공을 못 다루는 남자가 많다.

다행히 나에게는 돈을 못 버는 아버지였지만 공으로 아들들과 놀아주는 아버지가 계셨다.

축구공, 배구공, 야구공, 핸드볼공 등등 그리고 셔틀콕.

일천구백칠십년도에 왼손잡이인 내가 야구 글러브를 가지고 있었다는 건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좋아  했고

그 바람에 근육 파열 두번에 십자인대까지 끊어지는 일을 겪었다.

얼마전 아들과 딸을 데리고 탁구장에 갔었다.

포물선을 그리는 두 녀석에게 그물을 살짝살짝 넘어가는 걸 알려주었지만 잘 안되었다.

그래도 포물선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걸 보며

곧 똑딱볼이 아닌 탁구를 치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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