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가을 세탁소 [김경미]

JOOFEM 2018. 10. 8. 13:09


                                                                                                                             각원사







가을 세탁소 [김경미]






부르주아 가을. 문패에 나프탈린 내건다. 지난
여름 해충처럼 괴롭던 관계들
얼씬도 마라


저 다리미 바닥으로부터 오는 자주벨벳의 가을
따스함이 스쳐내는 접신의 경지
맑은 어깨며 가슴을 되살려내는 대단한 의술 좀 봐
스러진 꽃들 생생히 되돋우는
저런 사랑
모든 변덕과 상처들 한약처럼 잘 다려내
마침내 온화함의 지복을 누리는


가을 세탁소 앞을 서성인다 구김 많은 한 벌의
옷처럼 

                                  - 쉬잇, 나의 세컨드, 문학동네






* 여름내 폭염과 땀내와 빗줄기에 젖어 구깃구깃해진 마음이

조용한 산사를 거닐다 보면 작은 꽃들과 부드러운 바람과 슬쩍 말을 거는 낙엽과

그리고 비로소 느긋해지는 평안함이

다리미질한 듯 편편해지게 해줄 게다, 나를.


보탑사, 마곡사, 갑사, 개심사, 내소사, 수덕사, 동학사, 월정사......

자주 갔던 이 절들은 늘 마음의 평안을 주는 마당을 가지고 있다.

이번 가을에도 내게 평안을 줄 것을 믿는다.

모든 변덕과 상처를 접신의 경지로 쫘아아악 다려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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