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줄기의 사상 [시바타 산키치]
하지만 나는
내가
강줄기였던 날을 기억하고 있다
마른 대지의 주름을
아무도 강줄기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 해도
세상 끝에 숨겨져 있는 물이
언젠가 흐르기 시작할 것을 꿈꾸며
나는 여울의 작은 돌을
깊은 못을, 사람이 뒷걸음질한 낙차를
풍부한 사상처럼 사랑하고
손질하는데 여념이 없다
나는
작은 물고기가 뛰어오른 수량을 기억하고 있다
사람의 키마저 넘었다
환희의 수위
나는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의 소곤거리는 이야기 같은
물총새의 웃음소리 같은 물소리가
나의 고독을
다시 적셔 줄 날을
나는 물을 연마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일찍이 물보라를 올린
사람의 강바닥에서
세상의 거칠어진 꿈이
깨어날 날을
- 나를 조율한다, 문학수첩, 2003
* 우리나라는 언제인가부터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올해 농사도 강에서 물을 끌어다 쓴 곳은 풍년이지만
대부분은 흉년작이다.
가을에 뜻밖의 태풍이 다녀가면서 제법 많은 양의 물을 주고 갔다.
모처럼 태조산을 등산하는데 오르막길에 냇가의 물이 힘차고 낙차큰 소리로
기쁨을 주었다.
쫄쫄거리던 물이 물소리를 내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물이 주는 넉넉함을 우리는 안다.
찰랑거리는 물은 마음의 평안을 주기도 한다.
올해는 대청호를 가보지 못했다.
너무 가물어서 찰랑거리는 물을 만날 수 없었다.
여수나 남해의 바다를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흐르는 강물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사는 소박한 꿈을 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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