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감상

화살표 [신미균]

JOOFEM 2018. 10. 29. 08:36


                                                                                                               Donde voy. ㅠ,ㅠ







화살표 [신미균]



지하철 신도림역에 내리면

화살들이 정신 없이 쏟아진다

계단을 올라가라

옆으로 돌아가라

앞으로 가라

밑으로 내려가라

건너가라

곧장 가라

그 쪽으로 가지 마라

백화점은 여기다

돌지 마라

양말은 이게 좋다

치약은 저것이다

여기가 최고다

발밑을 조심해라

화살에 맞고도

그 많은 사람들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잘 가고 있다



          -  음악 FM 배미향의 저녁스케치(10월 10일 방송)에서...





* 인생의 지향점을 화살표가 안내해 준다.

그게 지향점인지 아닌지는 마음이 확 동할 때 화살처럼 날아온다.

하지만 긴 여정에는 가끔 화살표가 사라질 때도 있다.

이리로 가야하나 저리로 가야하나.

우스개소리로 이대(梨大)로 가면 살고 고대(高大)로 가면 죽는다고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화살표는 굉장히 중요하고 간절하다.

요즘처럼 길도 잘 뚫리고 하늘을 올랐다 강위로 날았다가 뱅글뱅글 돌아서

정신이 없는 때에 화살표는 시간과 노력과 돈을 절약하게 하는 존재다.

유턴 화살표를 왔다리갔다리하다가는 밤 샐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정말 내게 꼭 필요한 화살표가 적재적소에 나타나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