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좋아 웃고있는 호랑이와 단풍잎.
가을, 누가 지나갔다 [진란]
숲을 열고 들어간다
숲을 밀고 걸어간다
숲을 흔들며 서있는 바람
숲의 가슴에는 온전히 숨이다
숲을 가득 들이쉬니 나뭇잎의 숨이 향긋하다
익숙한 냄새, 쿵쿵거리며 한참 누구였을까 생각하였다
그대 품에서 나던 나뭇잎 냄새가 금세도
이 숲에 스며들었었구나
개똥지빠귀 한 마리 찌이익 울며
숲 위로 하늘을 물고 날아갔다
어떤 손이 저리도 뜨겁게 흔드는지
숲이 메어 출렁, 목울대를 밀고 들어섰다
거미줄을 가르며, 누군가 지나갔다
붉은 것들이 함성을 지르며 화르륵 번졌다
숲을 밀고 누군가, 누가 지나갔다
- 혼자 노는 숲, 나무아래서, 2011
* 왔나 싶더니 휘리릭 지나가버린다.
시월 내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더니 안녕을 고하고 간다.
아직도 눈에는 불긋불긋한 숲이 가득하고 나뭇잎 냄새 또한 코를 간질인다.
다음에 더,더,더 만나고 싶었는데 슬며시 지나간다.
어느덧 시월의 마지막이라니.
봄에 입으로 나오는 탄성이 가을에는 눈으로 나온다.
소리없는 탄성은 가슴에 남는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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