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김선태]
다사로운 봄날
만재도 갯바위에 걸터앉아 있다
윤슬이 반짝거린다
수많은 물고기 떼로 뛰놀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곁에 따라와 앉은 계집아이 이름도
하필 윤슬
몇 해 전 죽은 민박집 주인의 딸이다
어부인 아비처럼 까미로 살지 말라고
지어준 이름이란다
오늘처럼
윤슬의 아비를 삼킨 바다는
파란만장의 표정을 지우기 위해
반짝반짝 세수를 할 때가 있나 보다
윤슬의 눈빛도 환하게 또랑거린다
만재도에서 종일토록 윤슬을 번갈아 본다
물고기는 안 물어도 좋다
- 월간문학 2017년 3월호
*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는 나름 의미를 부여하며 짓는다.
반짝거리며 은은하게 달빛 받아가며 찰랑거리라는 뜻일 테다. 윤슬.
해질 녘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윤슬이 반짝반짝 찰랑찰랑 평화를 준다.
가끔 물고기들이 하얀 배를 드러내며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호수든 바다든 찰랑거리는 여유와 魚樂이 좋다.
누구든 부모가 지어준 이름대로 살면 그게 윤슬이고 魚樂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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